채용 시장의 무게 중심이 수시 채용으로 옮겨가면서 평판 조회가 핵심 채용 절차로 떠오르고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11월 직장인과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4.6%가 “평판 조회가 이직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요즘 기업들의 평판조회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2B9Fk0Ep_Kw

평판 조회 방식도 채용 기업이나 헤드헌팅 업체가 채용 후보자 몰래 알음알음 전화를 돌려 평판을 수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당사자 동의를 전제로 양성화되는 추세다. 정교하게 설계된 설문지를 돌려 인물 평판을 수집하고,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력을 높인 전문 업체들도 등장했다.

요즘 대기업 중에선 경력 사원 채용 시 평판 조회를 하지 않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신입을 제외한 모든 경력직 사원에 대해 평판 조회를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차·SK·LG·CJ 같은 대기업 그룹 계열사와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스마일게이트 등 IT 업계에서도 평판 조회가 활발하다.

헤드헌팅 기업 커리어케어의 평판 조회 전담 조직 씨렌즈센터를 이끄는 배영 센터장(전무)은 “요즘은 대기업뿐 아니라 사람 한 명이 중요한 스타트업까지 평판 조회를 의뢰한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임원급 같은 관리직이 평판 조회의 주요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대리·과장급에 대한 의뢰 비중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과거 직장 동료 3~4명을 대상으로 평판 조회 서비스를 의뢰하면 평균 90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건비를 줄인 온라인 서비스를 갖춘 전문 업체들이 많이 생기면서 단돈 몇 만원으로도 평판 조회가 가능해졌다.

AI를 활용한 평판 조회 분석 서비스도 많이 활용된다. 평판을 자동으로 수집하고, 수집한 평판을 구글 AI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하는 것이다. 삼성물산, 네이버 라인, 현대모비스, LG이노텍, 엔씨소프트, 이마트 등 1000여 기업이 이 서비스를 활용 중이다.

평판 조회 활성화 배경에는 국내 채용 시장의 변화가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점점 복잡해지는 경영 환경과 빨라지는 신기술 등장 속도에 대응하려면 경력 채용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경력 채용이 늘면서 평판 조회가 이제 정식 채용 프로세스로 자리 잡고 있다” 고 했다.

미국처럼 노동 유연성이 높은 나라에선 채용 시 평판 조회(reference check)가 필수 과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직을 못 하고 한 회사를 오래 다니면 오히려 무능력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보니 이직이 잦고 그에 따른 경력 검증 수단으로 평판 조회가 발달한 것이다.

평판 조회 강도도 높다. 당사자의 개인 정보 제공 동의만 있으면 동료 평가 외에 학력 검증과 신용 파산 여부, 범죄 이력까지 조회한다. 한 미국계 사모펀드 임원은 “평판 조회 시 후보자에 대한 3년 치 소셜 미디어 활동 내역을 보고서로 만들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도 파악한다”며 “몸값이 높은 사모펀드 업계에선 이런 절차가 보편화돼 있다”고 전했다.

[요즘 기업들의 평판조회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2B9Fk0Ep_Kw